[2023]무너진 탑에 빈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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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아 『무너진 탑에 빈 소원 Wishes in the collapsed tower』展

2023_0207 ▶ 2023_0226

관람시간 / 01:00pm~07:00pm / 주말_01:00pm~06:00pm / 월요일 휴관


상업화랑

SAHNG-UP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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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향아 『무너진 탑에 빈 소원 Wishes in the collapsed tower』展사람은 죽은 뒤에도 30초간 청각이 살아있다고 한다. 육체와 영혼이 사라지는 속도에 미세할지라도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귀는 육체가 꺼진줄 모른 채 쓰임 없을 소리를 30초간 듣는다. 마치 몸이 삶으로부터 덤으로 얻게 된 시간인 듯, 소리는 그렇게 잠시 몸을 배회하다 사라진다. 30초간 소리를 듣는 귀의 무용한 시간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듣는 대상이 없는 소리가 빈 몸에 울려 퍼질 것이다. 누군가는 마땅히 육체와 함께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귀의 기능이 이기적이라 말할 수 있다. 나에게는 몸에 대한 귀의 미련이자, 마음이자, 진심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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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아_소용돌이_춤, 한지에 흙 및 채색_150×200cm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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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아_소용돌이_춤, 한지에 흙 및 채색_72.7×90.9cm_2022


현상이 사라지고 상황이 끝나버린다 하여도 그에 따른 감정들도 동시에 휙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사라짐은 항상 무언가를 남기게 된다. 잔류된 것이 감정이던, 물질이든 간에 흔적은 그 자리에 원래 무엇이 있었는지에 대한 힌트가 된다. 예를 들어 '나'에게 '너'가 사라진다면 그 후에야 '너'가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또렷하게 알게 되는 것이다. 실체는 사라졌어도 그 의미만은 더욱 선명해진다. 사건과 그에 따른 잔류가 사라지는 속도는 동일하지 않다. 그 시차로 인해 발생하는 틈새가 있으며 이는 알아차리지 못하더라도 주변을 떠돌며 나를 이루는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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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아_중심찾기_예감, 한지에 흙 및 채색_130.3×162.2cm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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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아_성 쌓는 풍경_한지에 채색_91×116.8cm_2022


산에 가면 항상 누군가 쌓아 올린 돌탑들을 볼 수 있다. 항상 그 자리에 있지만 자연현상 때문에 혹은 사람의 실수 때문에 수없이 무너진다. 내가 소원을 빌며 쌓아 올렸던 돌탑도 이후에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무너진 돌탑의 자리에 다른 누군가가 다시 탑을 쌓을 것이고 모양을 달리하더라도 탑은 계속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돌탑은 계속 그 자리에 유지된다. 사라짐에도 남겨짐에도 완전한 결말은 없으며 순간은 끝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계속해서 이어지게 된다. ■ 이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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